지금껏 참 많은 말을 했습니다.
내가 기억할 수도 없고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숱한 말들이 내 입을 통하여 파편조각 처럼 여기저기로 흩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만약 찾아내서 다시 주워 담을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주워담아 삭제버튼을 누르고픈 말들의 양은 차마 그 무게를 헤아리기 어렵겠지요. 할수만 있다면 길을 떠나 나에게서 떠난 말들을 주워 담고픈 심정입니다.

나의 말에 상처를 입고 가슴을 쓸어내렸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진실을 포장한 거짓된 말들 또한 얼마나 많았을까요?

무엇보다 성도들의 감정을 자극해 감동을 주고자하는 의도된 말들이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스러워 숨고싶은 심정입니다.
"목사님! 은혜 많이 받았어요" 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성도들을 속였던 것은 아닐까 하는 맘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목사라는 직분이 말을 해야하는 입장이고 보면 그 말에 대한 깊은 책임과 순수함을 잃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나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도구로 사용하는 잘못된 설교에 대한 깊은 자성하는 맘이 듭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말을 하면서 살아갈까요?
이젠 말하기 보다는 듣고 싶습니다.

때맞추워 강단에 올라서기전 먼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여기저기서 성도들의 투정같은 말들을 주의깊게 듣고 싶습니다.
갈급하고 상한 심령들의 신음소리들을 귀 기울여 듣고 싶습니다.
답답하여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던 내담자의 소리들을 잘 듣고 싶습니다.
특별히 커갈수록 점점 말 수가 줄어가는 나의 분신인 자녀들의 말들을 잘 들어주고 싶습니다. 늘 곁을 지켜주는 아내의 수다도 잘 들어주고 싶습니다.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는 것임을 왜 이제서야 느끼게 되었는지 이론적으로 알고있던 지식이 왜 이제서야 피부로 느껴지는지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와 불안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사실 홍천사역을 결심하고 마을 명칭을 짓기 위해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책을 뒤적이기도 하고 특별히 성경속에 특별한 지명을 골라보기도 하였습니다.
특징을 잘 살리고 의미전달을 잘 할수 있는 좋은 이름을 짓고 싶었습니다.
어느날 설겆이하던 아내가 "물소리"가 어떠냐고 물어왔습니다.
밤에 누우면 비가오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시끄럽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그렇게 들었건만 늘 들었던 소리니까, 언제나 들을 수 있는 소리니까 당연시했던 그 소리가 비로소 소리처럼, 아내의 "물소리"가 어때하는 그 소리와 함께 새순처럼 맘 속에서 돋아올랐습니다. 귓속에서 물소리가 시원스럽 게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씩씩하고 당당하게 흐르는 계곡 물줄기가 보이고 바위에 부딪쳐 일으키는 물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동안 들었지만 대수롭지않았던 그 물소리가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들어야 되는구나!!
들으려 노력해야겠구나!!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미치자 물소리 마을은 '말하는 곳이 아니라 듣는 곳'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뜻깊은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소리마을을 찾는 어떤이들도 남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사회에서의 직함과 교회에서의 직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다 듣게해야 겠구나, 물소리를 듣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산상에서 말씀하셨던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내의 말도 듣고 남편의 말도 들으며 자식들의 칭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잘했다" 칭찬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말하기 보다는 듣기 훈련을 하는 장소로 물소리마을이 쓰여졌음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