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산에서 내려올 때 옥수수 열다섯자루와 제법 큰 봉투로 고추, 가지, 토마토를 잔뜩 따가지고 내려왔습니다.

모두 무농약으로 제가 심고 기른 자식같은 놈들입니다.

지난 오월 다리 공사를 시작하기전 잠시 짬을 내서 심어놓은 것들이 첫 수확의 기쁨을 가져오리라고는 심을 때도 그리 생각치 못하였답니다.

사실 옥수수는 한 이틀 정도있다 따면 딱 좋을 것같았는데 유난히 옥수수를 좋아하는 딸아이에게 먹이고 싶은 욕심에 수염이 제법 마른 녀석들로 골라서 딴것입니다.  딸때 "뚝'하는 소리와 묵직한 감촉이 참 좋았습니다.

고추는 매끼 식탁을 책임지는 효자노릇을 했습니다.

오이와 고추를 섞어놓은 오이고추는 씹을 때 아삭이는 그 맛과 소리가 일품이어서 김치엔 손이 잘 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오신 손님들이 맘껏 따서 드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참 행복했는데 금번 내려오면서 주변 분들과 조금이라도 나누려 고추나무 사이를 분주히 왔다갔다하면서 손을 놀렸더니 제법 많은 양이 된 것입니다. 

가지는 금번에 대박이 났습니다.

가지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 품목가운데 하나입니다.

씹을 때마다 입천장을 돌아나오는 소리와 감촉이 싫은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가지나물을 참 좋아합니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그 좋아하는 음식을 제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시장폼목에서 제외시킨 것이 너무도 미안하여 금번에 천원에 세개하는 가지모종을 사서 심은 것이 대박이 난 것입니다.

미끈미끈하고 쭉 쭉 빵빵한 것이, 보랏빛 자태를 뽐내며 자고나면 열리고 자고나면 쑥 자라있는 것이 마치 도깨비방망이로 두들기기라도 하는것 같았습니다. 그 덕에 아내는 산에 올라올 때 마다 가지나물을 무칩니다.

토마토!!

제가 수박다음으로 제일 좋아하는 놈입니다.

근데 그간 먹기만 먹었지 한 번도 심어본 적이 없고 또 심은 것을 유심히 본 적도 없는 제가 욕심은 있어서 방울토마토 여섯그루와 큰 놈 여섯그루 총 열두그루를 심은 것입니다.

처음엔 여섯그루를 쭉 심고  고추처럼 양끝에 지지대를 세워서 줄을 맸는데 함께 일하는 분이 토마토는 줄기식물이라 그렇게 하면 안되고 한그루씩 지지대를 세워두워야 한다고 해서 모종하나 하나에 오백원씩하는 지지대를 열두개 박아두었습니다.

그런데 얼마후 아래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오셔서 너무 간격을 좁혀 심었다고 하나씩 빼버리라고 조언을 해 주셨는데 심은 것도 아깝고 또 일하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내버려 둔것이 문제였습니다.

얼마나 무성하게 자라는지 서로 얼키고 설켜 권투선수들이 치고받으며 얼싸안고 있는 모습이 되었답니다.

또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자 그 무게에 축 쳐지는 것이 행여 열매가 땅에 닿으면 썩을 것같아 줄로 가지를 일일히 매주었지만 그야말로 어설픈 궁여지책에 불과한 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토마토는 이 무지한 주인이 밉지도 않은지 주렁주렁 무럭무럭 잘 자라고 방울 토마토는 심심치 않게 달려서 입에 쏙~

그런데 토마토는 나무에 달려서 잘 익지를 않나봅니다.

푸르스름한 것이 빨갛게 되기까지 인내를 요해서 참고 있으면 벌레먹어 떨어지고 저 놈 곧 익겠다하면 비에 떨어져서 금번 내려올 때 이 놈 저 놈 마구 따서 큰 비닐봉투에 담고 꼭 짬매놓았는데 익어 먹게될지 조금 걱정입니다.

어제 내려오기전까지 또 한 부분의 땅을 갈아 김장배추 백육십포기와 김장무씨를 뿌려놓았는데 과연 금년 겨울 김장독을 땅에 묻을 수 있을지,,,